참여작가와 작품

ARTIST & ARTWORKS
  • 이소영 Soyoung LEE

    한국,  1972
  • Title of work

    언어의 따뜻한 재생
  • Size

    가변설치
  • Material

    혼합매체

언어의 따뜻한 재생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물이 있다. 그 사물 중에는 서로 닮은꼴이 있어서 그것들을 유형별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이 담겨 있는 컵과 물이 차 있는 연못은 닮았다. 가방에 물건을 넣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확장하면 누군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도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접시와 그릇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그릇은 음식을 담아놓고, 접시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떠서 나눠 먹는 용도이다. 이것을 확장하면 벌판, 바람, 접시가 같은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누고 흩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방, 그릇, 아늑함 이런 것들은 서로 통한다. 그릇 속에 물이 있거나, 서랍 속에 물건이 있거나, 영토에 사람이 와글와글 모여 있거나 의미는 같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사물을 분류하면 몇 개 안 된다. 그것을 주역은 64괘로 풀이한다. 물은 H2O, 술은 CH3CH2OH라는 분자식으로 표시한다. 그렇다면 사랑이나 질투 같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은 어떻게 표시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언어의 무한확장성이 필요하다. 움직이는 벨트 위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괘상들과 함께 우리의 언어적 감각은 미지의 장(field)으로 이동한다. 이 작업을 통해 단지 박물관에 존재하는 ‘박제된 언어’ 혹은 기호와 암호로 존재하는 ‘비가시적 언어’를 어떻게 ‘재생-가시화’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탄약정비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정해진 시간마다 잠시 동안 움직입니다. 여러분 아세요? 이번 전시를 위해서 멈춰져 있던 컨베이어 벨트를 20여 년만에 재가동시킨 사실을 말이죠? 작가는 움직이는 이 벨트 위에 주역의 64()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존재 양상과 변화의 체계를 드러내는 64괘를 상징하는 기호와 고대 언어가 기록된 컨베이어 벨트는 순환 운동을 반복하면서 고대인의 세상에 대한 사유를 지금, 이곳에서 재생하여 다시 펼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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